2010년08월30일

[패] <제3장>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223)

 하나와 하나가 모이면 둘, 음양(陰陽)이 되고, 둘과 둘이 모이면 넷, 사상(四象)이 된다.

 셋과 셋은 아홉이니 구궁(九宮)의 조화를 이루며, 팔과 팔이 모이면 육십사, 이세상 모든 방위의 총합이 된다.

 빙글 치우의 손에 들린 칼이 작은 원을 그렸다. 원은 사발만한 크기도 안되는 모양이었으나 순간 고슴도치의 가시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것처럼 날카로운 빛무리로 변한다.

 그 빛무리는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형체처럼 돌벽의 홈들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따다다다다당!

 거의 치우의 몸을 뭉갤듯 바로 옆까지 와있던 돌벽들이 올때보다 더욱 빠르게 물러난다.

 심신의 소모가 너무 격심했던 탓일까. 입안에 가득 고이는 비릿한 내음과 함께 치우가 울컥 한 모금의 핏물을 토해낸다. 허나 순간 그의 동공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의 바로 앞.

 돌길 위로 귀에 거슬리는 소음과 함께 무시무시하게 쏘아오는 물체 하나.

 그건 바로 톱니바퀴처럼 날카로운 팔을 매단 하나의 원륜(圓輪)이었다.

 크기는 장정 둘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원륜에 돋아있는 톱니들이 돌을 스칠 때마다 돌이 깎여나가는 소음과 함께 스파크가 사방으로 튄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원륜은 눈 앞의 돌벽이 내려앉기 무섭게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다는 것이다.

 저런 것에 닿으면 몸이 두 토막 나는 수 밖에 없다.

 '귀일((歸一)!' 귀일의 초식은….

 치우는 쳐들었던 부러진 창대를 다시 내렸다. 떠오르지 않는다.

 전륜에 이어 이형까지는 식도 떠올랐고 하다 못해 알수 없는 도형이라도 머리 속을 스쳐 지났다.

 허나 귀일만은 깨끗하다. 마치 그런 초식을 언제 익히거나 들었냐는 듯 치우의 머리 속에 귀일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석년, 그에게 무술을 가르치던 부친 자파는 귀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귀일은 인간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자세다. 정상적인 팔과 몸의 각도로서는 펼쳐지지 않는다.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계속>